전철 내 스크린에 나오던 우마무스메 프로젝트의 광고를 볼 때마다 꾸준히 이상하다고(나쁜 의미는 아님.) 생각했었는데, 며칠 전에 게임의 레이스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설치했다. 이미 몇 년 전에 출시된 게임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 나왔다는 점도 의외였다.
생각보다 그래픽도 훌륭하고 무엇보다도 레이스의 연출이 대단했다. 특히 해설과 중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박진감을 더해주지 않나 싶다.
아무튼 우마무스메를 시작했으니 몇 년 전에 다녀온 후추시의 도쿄 경마장 생각도 나서,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우마무스메 1화에 나오는 그 경마장 맞다.
2018년 가을에 딱 한 번 다녀왔는데, 가을이 되면 하늘이 맑을 때가 많아서 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가 꾸준히 생각난다. 마침 한창 가을 덴노쇼의 광고가 전철에 걸려있길래, 별 생각 없이 도쿄경마장에 한 번 갔었다.
나는 운 좋게 일행의 차량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전철로 가면 어떻게 가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주차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나게 이른 시간에 가려는게 아니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안내페이지)
그 때는 경마에 대해서는 기수를 태운 말들이 경주하는 스포츠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경마무식자였기 때문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것조차 일본인들은 경마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인상이었다.(주차장은 꽉 찼지만 입구는 한산해서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주요 대회 중 하나인 가을 덴노쇼였기 때문인 걸 지금은 알겠다.
들어가면 가족 단위 손님들을 위한 공원과 승마센터 등의 시설이 있다. 승마체험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위의 사진은 아마 승마체험용 말이었던 것 같다. 사실 상 말을 가까이에서 가장 느긋하게 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밖에 시설들도 많은데 굉장히 넓어서 그다지 돌아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홈페이지의
시설 안내 페이지를 링크한다.
사람이 정말 꽉 찼다. 우마무스메에 대해 검색해보다가 일본 경마가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 전까지는 40대 이상의 중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다가 그 이후에 젊은 사람의 유입이 늘었다는 카더라를 읽었는데, 정말인지는 모르겠다. 애니메이션과 그다지 상관없어보이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기는 했겠지.
경마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마권도 발매기를 한참 들여다보며 겨우 샀다. 100엔으로 딱 한 장 샀었는데, 내가 산 마권은 그 날의 3번 레이스로, 2세의 미승리 경주마들이 출주하는 레이스였다. 스마트 블랑코,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이름이 똑똑해보여서(ㅋㅋ) 골랐다.
하지만 25전 2승, 지금까지도 크게 주목할 성과는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2승이 모두 작년의 성적이었고 2, 3착도 있었으니 올해는 조금 기대를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대부분 C랭크의 대회였지만.
스마트 블랑코는 9번 인기였고 아쉽게도 4착이었다. 3착 안에 들었으면 대단히 좋은 추억이 되어 아마 경마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검색하는 김에 스마트 블랑코의 가계도도 찾아봤다. 경마 초심자라서 잘 모르는 말들이 가득했지만 눈에 띄는 건 어미말인 '스마트 샤워'였다. 스마트 블랑코의 이름과도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스마트 샤워의 부계가 우마무스메에도 등장하는 '아그네스 타키온'이었다. 눈에 익는 이름이 나오니 얼랑뚱땅 스쳤던 지난 덴노쇼에 대한 감회가 조금은 새로워진다.
그 밖에, 덴노쇼 레이스는 아무래도 그 날의 하이라이트 레이스다보니, 가장 마지막 쯤에 하는 것도 이제서야 알았다. 내가 산 마권은 덴노쇼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찾아보니 내가 봤던 레이스에 나왔던 말들도 이미 많이 은퇴한 모양이다. 다만 3착의 키세키는 지난 달에도 출주했으며 다음 레이스는 6월에 있는 타카라즈카 기념이라고 한다. 최근 성적은 썩 좋지 않지만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관객석이 아니라 경기장 쪽 펜스 앞에 서서도 볼 수 있다.
정작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마장을 가본 적이 없었지만 새삼스레 코로나 시국이 정리되면 한 번쯤 가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